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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를 사서 봉지째 두고 있다면, 며칠 뒤에 마시는 커피는 살 때 마신 그 커피가 아니다. 장비를 아무리 올려도 이건 안 잡힌다. 입에 들어가는 재료가 이미 바뀌었기 때문이다.
원두를 죽이는 건 네 가지다
- 산소 — 로스팅으로 만들어진 향 성분이 공기와 만나 날아간다. 가장 큰 원인이다.
- 습기 — 원두는 수분을 빨아들인다. 눅눅해진 원두는 분쇄도가 흔들리고 추출이 균일하지 않다.
- 빛 — 직사광선은 성분을 분해한다. 투명 용기를 창가에 두는 게 최악이다.
- 열 — 가스레인지 옆, 냉장고 위처럼 온도가 오르내리는 자리가 나쁘다.
넷 중 셋은 그냥 어둡고 서늘한 곳에 두면 해결된다. 문제는 산소와 습기다.
지퍼백으로 충분한 경우
전제가 하나 있다. 2주 안에 다 마신다.
이 조건이면 지퍼백도 나쁘지 않다. 공기를 최대한 밀어내고 잠근 뒤 서랍에 넣어두면 된다. 200g을 하루 한 잔씩 쓰면 대략 2주 안에 끝난다. 이 속도라면 용기에 돈을 쓸 이유가 크지 않다.
원두 봉지에 달린 아로마 밸브를 밀폐 장치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안에서 밖으로만 가스를 빼주는 일방향 밸브고, 로스팅 직후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려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뜯은 봉지는 그냥 뚫린 봉지에 가깝다.
지퍼백으로 안 되는 경우
- 한 번에 500g 이상 산다
- 여러 원두를 돌려가며 마신다
- 집이 습하다 — 특히 구옥이나 반지하, 장마철
- 원두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싶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밀폐용기로 넘어가는 게 맞다. 특히 습도는 별개 문제라서 습도 70% 집에서 원두 보관하는 법에 따로 적었다.
냉동 보관은 되나
갈린다. 정리하면 이렇다.
| 상황 | 판단 |
|---|---|
| 2주 안에 마실 원두 | 냉동 불필요. 상온 밀폐가 낫다 |
| 한 달 이상 안 쓸 여분 | 소분해서 냉동은 유효하다 |
| 꺼냈다 넣었다 반복 | 최악. 결로가 생겨 원두가 젖는다 |
핵심은 한 번 꺼낸 건 다시 넣지 않는다이다. 그래서 냉동할 거면 처음부터 한 번에 쓸 만큼씩 나눠 담아야 한다.
용기 고를 때 보는 것
- 밀폐 방식 — 고무 패킹이 있는 클립형이 기본, 공기를 빼내는 진공형이 그다음이다.
- 차광 — 투명이면 어두운 데 둘 것. 밝은 데 둘 거면 불투명.
- 크기 — 남는 공간이 곧 산소다. 원두 양에 맞는 크기가 큰 통 하나보다 낫다.
- 입구 — 계량 스푼이 들어가는 넓이여야 매일 쓴다. 안 쓰면 아무 의미 없다.
정리
장비부터 올리고 보관을 뒤로 미루는 순서가 자주 보인다. 2만원짜리 원두를 절반쯤 버리고 있다면 5천원짜리 통이 먼저다. 새 원두를 고르는 단계라면 산미 싫은 사람이 원두 고를 때 봐야 할 표기 5가지에서 로스팅과 향미 표기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장비 순서 전체는 홈카페 입문 3만원과 30만원에 정리해 뒀다.
조건별로 볼 만한 물건
아래 설명은 제품 사양과 공개된 사용자 평가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가격과 재고는 수시로 바뀐다.
나카야 스탠딩 캐니스터 밀폐용기 2개 1.3L
2주 안에 다 마시는 200g 단위에 맞는 크기. 클립형 패킹이면 지퍼백보다 확실히 낫다. 여러 원두를 나눠 담을 때도 이 급을 여러 개 두는 편이 큰 통 하나보다 유리하다.
가격과 재고는 수시로 바뀐다. 링크에서 현재 값을 확인할 것.
prepara EVAK 커피 유리 진공 밀폐용기 라지
공기를 눌러 빼는 방식이라 남는 공간이 생기는 문제에 대응한다. 500g 이상 사거나 소진 속도가 느린 경우에 값을 한다.
가격과 재고는 수시로 바뀐다. 링크에서 현재 값을 확인할 것.
카스 디지털 온습도계 T023
보관을 고칠지 집을 고칠지는 숫자를 봐야 갈린다. 원두를 두는 자리의 습도를 먼저 재보는 게 순서다.
가격과 재고는 수시로 바뀐다. 링크에서 현재 값을 확인할 것.